-
농사를 짓는데 쓰이는 도구 및 기구로 농기구 또는 농구로도 지칭된다. 신석기시대에도 농경구로 지칭되는 유물이 보고되고 있으나, 돌이나 뼈 · 나무로 만든 선사시대 농경구는 철제 농경구와 달리 형태만으로 정확한 용도를 추정하기 어렵고 농경구 외의 다른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기능과 명칭을 부여하기 어렵다. 자칫 형태에 의존하여 붙여진 임의적, 편의적 명칭이 농경구로서의 기능과 농경의 존재 및 유형을 증명하는데 다시 이용되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식물재배에 석제 농경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민족지 예를 참조하면 원시적 화전은 나무로 만든 뒤지개(掘棒)로 씨앗을 파종하기 위한 구멍을 팔 뿐 다른 농경구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수확도 손으로 종자를 따거나 뿌리 채 뽑기도 한다.
신석기시대 농경구로는 돌괭이, 돌 따비, 돌보습 등 흔히 타제 석부로 불리는 석제 굴지구(掘地具)가 가장 많이 출토된다. 이들 굴지구는 간혹 날 부분을 마연한 것도 있으나 대부분 타제석기이다. 굴지고 중 날이 무겁고 둔탁하며 나무자루를 날과 수직방향으로 묶을 수 있는 어깨 부분이 두드러진 것을 괭이, 형태가 혀나 신바닥 모양에 가깝고 날이 납작하며 나무자루를 날과 평행하게 묶을 수 있는 것을 보습으로 분류하나, 한편에서는 길이가 30cm를 넘는 대형만 보습으로 분류하고 15~20cm 안팎의 소형은 삽이나 따비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연구자마다 명칭과 정의가 다르다. 굴지구는 날 부분이나 측면에 마치 마연한 것처럼 반질거리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이는 이 도구들로 부드러운 흙을 비스듬히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러한 굴지구는 날과 자루가 일직선을 이루는 나무 뒤지개 끝에 달린 돌날이거나 뒤지개에서 발전한 원시적 돌 따비 또는 돌 삽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동북지방의 신석기시대 후기부터 유행하는 곰배괭이는 어깨가 뚜렷하고 날 폭이 넓은 괭이형석기를 지칭한다. 곰배괭이는 날 폭이 넓고 돌질이 물러 땅을 파는데 부적합하고 돌괭이와 같이 출토되는 경우도 많아 북한학자들은 호미의 용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곰배괭이만 출토되는 유적도 많고 장방형의 날 부분을 호미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또한 양 측면에 자루를 묶는 부분이 뚜렷한 점으로 보아 따비, 삽처럼 일직선상으로 자루를 묶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비형석기와 마찬가지로 굳이 곰배괭이의 기능을 한 가지로 고정할 필요는 없다. 자루를 묶는 방법에 따라 호미나 괭이, 또는 따비나 삽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곰배괭이가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에서 성행하는 것은 이곳이 부식 토양의 퇴적이 적어 심경용(深耕用) 갈이 연장이 필요하지 않으며, 잡초의 번식이 적어 제초구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의 방아 연장으로는 지면에 놓이는 넓고 납작한 무거운 갈판과 갈판 위에서 양손으로 잡고 밀고 댕기면서 곡물을 가는 갈돌의 세트가 주로 이용되었다. 갈판은 신석기시대 중기 이후가 되면 가운데가 장기간의 사용으로 인해 오목하게 들어간 말안장의 모양을 한 것이 많아 연석(硏石)으로 불린다. 갈판과 갈돌은 도토리 등의 견과류 껍질을 벗기거나 가루 내는 도구로 쓰이던 것이 잡곡을 재배하면서 곡물의 제분구로도 이용되었다. 조와 기장은 가루보다는 알로 먹은 곡물이므로 갈판과 갈돌은 종자의 껍질을 벗겨내는 역할을 주로 하였을 것이다. 봉산 지탑리, 서울 암사동, 온천 궁산, 대전 둔산 등의 유적에서는 돌이나 뼈로 만든 낫이 보고되고 있으나 | 수확용 도구라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오히려,
이들 낫 모양 도구는 가지치기, 벌초구 등의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긁개 모양의 격지석기 사용흔 분석을 통해 수확구로 추정하기도 한다.
'역사 및 고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북지역의 신석기문화(東北地域의 新石器文化) (0) 2022.02.09 도치성형(倒置成形) (0) 2022.02.09 남해안지역의 신석기문화(南海岸地域의 新石器文化) (0) 2022.02.09 남부지역의 신석기취락(南部地域의 新石器聚落) (0) 2022.02.08 낚시어로(漁揚) (0)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