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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패제품(新石器時代 貝製品)카테고리 없음 2022. 2. 8. 21:03
패제품의 소재인 조개는 조개가 갖는 모양, 색, 질등의 무리적인 속성과 상징성 그리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식량자원이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종교, 신화, 설화, 민속, 풍습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어 왔다.
패제품의 출현과 사용은 후기 구석기시대까지 올라가지만 도구로서 혹은 생활양식의 한 부분으로 역할과 의미를 갖는 것은 신석기시대 부터이다. 패제품은 소재의 특성상 지역적인 한계와 도구로서의 제약으로 인해 석기나 골각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능과 보편성이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신석기시대 해안지역민을 중심으로 각종 생업도구와 장신구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소재가 갖는 제속성(물리성 · 휘소성 · 외형성 등)이 사회, 문화적 가치와 결부되어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타도구와 차별화 되는 문화적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조개팔찌는 신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장신구로서 널리 사용되며, 지역집단의 동향과 교류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로써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석기시대의 패제품은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를 통해 볼 때 일부 담수산 패류로 가공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해안지역에서 채취 또는 채집한 해수산 패류를 이용하고 있다. 패제품의 제작에 이용된 패류는 투박조개, 피조개, 굴, 새조개, 전복, 가리비, 백합, 개조개, 피뿔조개 등 20여 종에 달한다. 이들 패종은 주로 외해의 암초와 내만지역의 조간대(潮間帶)에 서식하고 있어 당시 신석기인들이 어로활동을 하는 가운데 쉽게 채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패제품 제작을 위한 패종의 선택은 식용으로 이용한 후 남은 패각을 사용한 경우와 식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특정한 기능과 용도를 염두에 두고 소재를 입수하거나 획득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석기인은 패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제특성, 즉 생태성(헤모글로빈 등), 물리성(단단함, 광택, 색 등), 형상성(외형적인 특징), 희소성 등을 적절히 이용하여 여러 가지 패제품을 제작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각 특성을 선택적으로 이용해 가공된 패제품 중에는 특별한 목적과 사회적 가치를 갖는 것도 있다.
신석기시대 패제품은 식량자원을 획득하는데 직접관계하는 생산용구와 획득된 자원을 가공하거나 보관하는 데 이용한 가공구 및 용기, 실제 생업에 관계하지 않지만 의례적 혹은 정신생활과 관련한 비실용구로 대별할 수 있다.
생산용구용 패제품 중에는 생업영역에 따라 수렵, 채집 등의 도구도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까지 확인된 어로구로는 부산 동삼동, 통영 상노대도, 군산 노래섬 패총과 최근 발굴된 완도 여서도패총에서 출토되는 결합식조침과 패추뿐이다. 그러나 해안지역의 신석기인에게 어로행위가 주요 생업활동일 뿐만 아니라 획득된 어패류가 식량자원으로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패총을 정밀 발굴하고 출토되는 다량의 패각을 정밀 분석한다면 어로와 관련한 새로운 형태의 패제품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패재 가공구는 석재 가공구에 비해 양도 적고, 종류도 단순하다. 패각이 갖는 날카로움과 단단함,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재료의 선택성에서 당시 신석기인이 생활용구로서 널리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어패류나 포유류의 육질, 가죽을 절단, 조리하는 패도(貝刀)와 패인 토기제작시 기면을 조정하는 정면구가 있다. 패제용기는 토기 대용으로 음료나 식료를 보관하기 위해 대형전복이나 피뿔고둥의 껍질을 이용하였다.
비실용구는 자료가 많지 않아 구체적인 종류와 성격은 불투명하지만, 장신구와 의례구로 구분할 수 있다. 장신구는 패제품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널리 사용된다. 착장부위에 따라 두식(頭飾), 경식(頸食), 흉식(胸飾), 완식(施節), 족식(足飾)으로 나눌 수 있으나, 조개팔찌를 제외하면 실제 유물을 통해 용도를 확정하기가 어렵다. 패제 장신구 중 대표적인 것이 조개팔찌이다. 조개팔찌는 해안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부분적이지만 중부와 남부 내륙지역에서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분포상태는 착용습속과 유통문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분포와 출토 양상으로 보아 해안지역의 어로민이 주로 사용하고 착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동삼동패총에서 대량으로 출토된 패천은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의례구로는 동삼동패총에서 출토된 패면(貝面, 조개 가면)이 유일하다. 조개가 갖는 다양한 상징성으로 보아 주술이나 벽사적인 성격을 갖는 패제품의 존재도 상정되나 출토 예는 없다. 동삼동패총의 패면은 집단의 공동의식이나 축제 때 사용되었거나 혹은 벽사적 행위와 관련한 주술구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성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앞으로 필요하다.
신석기시대의 패제품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기종으로 구분되나 반드시 특정한 기능과 용도에 한정되었던 것 같지는 않으며, 필요에 따라 적절히 혼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석기시대의 패제품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이른 시기부터 출현하여 전시기에 걸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때로는 먼 지역까지 유통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